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美 기준금리 더 오를텐데… "물가냐, 경기냐" 한은 딜레마

by 어쩌다해외선물 2023. 2. 20.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개최를 앞두고 한국은행(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경기 둔화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참이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급등, 지난 17일 장중 다시 1300원선을 돌파했다. 게다가 물가안정을 목표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금융당국이 여수신 금리 상승을 강력 억제하고 있어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물가는 뛰고, 경기는 침체= 1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전달 대비 0.2%포인트 높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이후 줄곧 하락세였는데, 석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5.0% 상승했다. 전월(4.8%) 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2009년 2월(5.2%) 이후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2월 물가도 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는 뛰는데 경기는 가라앉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 상태임을 공식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제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턴(turn·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쪽에 무게 중심이 쏠렸다는 해석이다.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0.4%(직전분기 대비·속보치)로,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한은은 수출·소비 둔화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1%에도 못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요 민관 기관 대다수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으로 낮췄다"며 "한국은행도 1% 중반대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선 '물가를 잡느냐'(기준금리 추가 인상), '경기부양으로 돌아서느냐'(기준금리 동결)라는 통화정책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연준 통화긴축 지속= 이런 가운데 미 연준은 기준금리(현재 연 4.50%~4.75%)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물가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다 고용 시장도 여전히 타이트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연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의 두배에 가까운 51만7000개 늘어나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데다 전월 대비로는 오히려 상승 폭이 커졌다. 1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올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2%)를 상회한 것으로, 전월 대비 상승률(0.5%) 역시 시장 전망치(0.4%)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6%, 전월보다 0.4%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6.0%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4%)를 웃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은 작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작년 12월 0.2% 하락에서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준이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 기준금리 수준을 연 5.375%까지 올려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 것이란 게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으로 5.0∼5.5% 사이가 올바른 틀로 보인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기준금리가 연준이나 월가의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시장 기대보다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고, 도이체방크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슈 루제티는 미국 기준금리 고점 전망을 기존 5.1%에서 5.6%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준 도표(점도표)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00∼5.25%(중간값 5.1%)였다. 이들은 이보다 더 높이 올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 반영된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86.3%로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0.5%포인트 인상 확률이 13.7%로 전날보다 1.5%포인트 올라갔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 한은, 올릴까 동결할까= 한은 기준금리는 현재 3.5%다. 23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면 현재 최대 1.25%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75~2%포인트까지 역대 최대 격차로 벌어질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이런 전망을 반영, 최근 며칠새 급등했다.

댓글